도시바에 투자한 렌즈회사, 이유는?

입력 2017-10-29 16:55  


(임락근 바이오헬스부 기자) 올 한해 반도체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동맹’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자하고 향후 최대 15%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습니다.

한미일 동맹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호야’라는 이름의 낯선 일본 기업이 있습니다. 도시바를 제외하면 일본 기업으로서는 유일합니다. 호야는 270억엔(약 2700억원)을 출자해 의결권 9.9%를 확보했습니다. 40.2%의 의결권을 갖고 있는 도시바와 합치면 전체 의결권의 과반을 확보하게 됩니다. 일본 언론들은 호야 덕분에 도시바메모리의 경영권을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지켜냈다고 평가했습니다.

호야는 어떤 기업일까요? 호야는 1941년 일본 도쿄에 설립된 광학 전문 기업입니다. 산업용, 군수용 렌즈 등 광학유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안경렌즈 생산을 시작했고 1970년대에는 콘택트렌즈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업분야를 헬스케어쪽으로 넓혀갔습니다. 지난해 올린 매출 4789억엔(약 4조8000억원)의 49%가 안경렌즈, 콘텍트렌즈 등을 취급하는 헬스케어 사업부에서 나왔을 정도로 지금은 헬스케어 관련 렌즈 사업이 호야의 주력 사업입니다. 의료용 렌즈, 내시경기기, 복강경 수술기기 등 의료기기 사업부에서 지난해 나온 매출은 전체의 17%였습니다. 헬스케어 사업부와 합치면 매출의 66% 가까이가 의료와 관련된 사업에서 나온 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의료 관련 기업이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는 도시바메모리에 투자를 했을까요? 사실 호야는 반도체 관련 사업부도 갖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제조장비가 주력입니다. 액정패널 제조용 포토마스크와 반도체 제조용 블랭크마스크 분야에서는 세계 1위입니다. 각종 렌즈를 만들며 갈고 닦은 광학 기술로 1970년대부터 반도체 장비 사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반도체 관련 사업부에서 지난해 나온 매출은 전체의 33.5%가량이었습니다. 의료 사업부에 비해 매출 규모는 작지만 이익률은 높습니다. 지난해 사업부별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반도체 사업부가 의료 사업부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업계에서는 호야가 도시바메모리에 출자한 배경에 ‘알짜배기’인 반도체 사업부를 더 공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야 측에서는 그런 의도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히로오카 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7일 호야의 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출자에 대해 “순수한 주식투자로서,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에 출자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출자 규모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소규모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호야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호야가 반도체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끝)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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